세계 정상들에게 장난전화로 낚시질한 러시아 코미디언 듀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대변인이 2023년 4월 27일 오전 블룸버그 통신에 성명서를 보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그해 1월 자신을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밝힌 사람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대화였지 민감한 기밀 정보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반·렉서스, 유명인 사칭해 세계 정상들과 통화
블룸버그 통신(www.bloomberg.com)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준이 대변인까지 내세워 이러한 입장을 전한 이유는 당시 파월 의장과 통화한 사람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니라 그를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들이었기 때문이다.
보반(Vovan)과 렉서스(Lexus)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젤렌스키 대통령인척 하면서 파월 의장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이들 러시아 코미디언 듀오는 악명이 높다. 그동안 유력 인사를 사칭해 세계 정상들과 통화한 후 이를 공개해 망신을 줬다. 주로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의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를 겨냥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장난전화 속아
2023년 1월 12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이들의 낚시질에 걸려들었다. 자신을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자 메르켈 총리는 독일 외무부 소속 통역사까지 동원해 통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장난전화를 걸었다. 첨예한 국제 정세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먼저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보리슨 존슨 전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로 각국 정상을 속여 온 이들은 2023년 들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이어 파월 의장까지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막강한 경제지도자들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