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초청 영화 ‘거미집’ 감독 김지운의 남자들
김지운 감독은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린다.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할리우드에서 그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그의 작품 <장화, 홍련>(2003)을 원작으로 한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2009)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라스트 스탠드>(2013)를 선보였다.
김 감독 작품에는 유독 많이 등장하는 배우들이 있다. 남자 배우들이 특히 그렇다.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송강호다. 8분짜리 단편영화 <사랑의 힘>(2003)까지 합하면 총 6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거미집>(2022)에도 주인공 ‘김 감독’ 역으로 출연해 함께 칸으로 향했다.
글로벌 스타가 된 이병헌도 일찌감치 감 감독 작품에 출연했다. <달콤한 인생>(2005)을 비롯해 3편이나 찍었다. 청춘스타에서 개성 강한 연기자로 변신한 정우성도 30분짜리 단편영화 <선물>(2009)을 비롯해 2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송강호·이병헌·정우성. 김 감독은 한국영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 세 배우를 한자리에 불러들이기도 했다. 한국형 웨스턴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다. 배우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개봉 3주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 송강호 (Song Kang-ho)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영화 인연은 김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지운만의 독특한 색채가 담긴 블랙 코미디 영화로 송강호가 맡은 배역은 사고뭉치 오빠 영민이었다.
2년 뒤 송강호는 <반칙왕>(2000)에서 단독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은행원 타이거 마스크 임대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는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윤태구를 연기했다. 일제강점기 무장독립운동을 다룬 <밀정>(2016)에서는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 역을 맡았다.
■ 이병헌 (Lee Byung-Hun)
배우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 영화에서 냉정하고 강인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남성 역할을 주로 맡았다. 김 감독과의 첫 번째 작품부터 그랬다. 느와르 영화 <달콤한 인생>(2005)에서 그는 조직의 보스 강 사장(김영철)이 신임하는 측근 선우 역을 맡았다. 냉철하고 명민한 완벽주의자이지만 보스의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를 감시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역시 이병헌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열연을 펼쳤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는 ‘나쁜 놈’ 박창이 역할을 맡았다.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으로 냉혹하고 살벌하다.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는 약혼녀가 잔인하게 살해 당하자 복수에 나선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 역을 맡았다. 연쇄살인마 장경철 역을 맡은 최민식과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 정우성 (Jung Woo-Sung)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 역을 맡았다. 윤태구(송강호)·박창이(이병헌)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세 배우 모두 대역 없이 액션 신을 소화했다고 한다. 세 놈 중 가장 멋진 놈이다.
단편영화 <선물>(2009)에서는 사랑하는 여인 나연을 조직 내 요원을 암살하는 범인으로 의심하는 요원K 민우 역을 맡았다. 냉철한 스파이이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선 한없이 여린 여인 나연 역은 김아중이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