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모아병 앓던 한정선씨…5명의 생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한정선(45)씨는 7살 때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난치병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았다.

한씨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고 늘 뭔가를 나눠주며 애정을 표현하는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었다.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 아침마다 방문해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했는데 늘 밝게 웃으며 즐겁게 지냈다. 매일 복지관 선생님과 활동지원사에게 시를 써 주는 걸 제일 좋아했다.

복지관 선생님께 시 써 주는 것 제일 좋아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한정선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한정선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 4월 30일 매일 아침 한씨와 통화를 하던 활동지원사는 한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급히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한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한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한씨가 7살에 모야모야병에 걸려 지체장애 2급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잘 지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4일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한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우), 폐장(좌·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린 후 천사가 돼 하늘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씨의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간 딸에게 편지를 전했다.

“정선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잘 지내. 누구도 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