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 너무 하네…중국의 마라톤 ‘승부조작’

중국 베이징에서 14일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선두를 질주하던 케냐 선수가 중국 선수의 우승을 위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환한 대낮에 대놓고 승부조작을 한 것이다.

영국의 BBC(bbc.com)를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회 우승자는 중국 마라톤 간판스타 허제(何傑)였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런데 결승선을 앞두고 선두그룹이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였다. 케냐의 로버트 키터(Robert Keter)와 윌리 응낭가트(Willy Mnangat), 에티오피아의 드젠 하일루(Dejene Hailu)가 허제를 먼저 골인시키기 위해 속도를 늦추거나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선수에게 먼저 가라 손짓…다른 선수에겐 팔 뻗어 제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중국의 허제 선수. Getty Images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중국의 허제 선수. Getty Images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당시 대회 영상에 따르면 허제가 선두그룹에 합류하자 먼저 지나가라는 듯 손짓을 하고, 다른 선수들이 앞서가려고 하자 팔을 뻗어 제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순위와 기록도 승부조작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아프리카 선수 3명은 허제보다 단 1초 늦은 기록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미리 짜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순위와 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올해 여름 파리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는 허제는 지난 3월 우시에서 열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6분57초로 중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허제가 기록한 1시간3분44초는 중국의 하프 마라톤 기록 1시간2분33초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파문 확산하자 말 바꾸기…“페이스메이커로 계약”

논란이 된 선수의 해명도 가관이다. 케냐의 응낭가트는 경기 후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댔다. 지시를 받거나 금전적 보상은 없었다고 딱 잡아뗐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하자 말을 바꿨다. 그는 “허제가 중국 하프 마라톤 신기록을 깨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4명이 계약을 맺었다”며 “4명 중 한 명은 완주하지 못했고 허제도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사실상 허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는 속도를 조절해 동료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보조자를 말한다. 그런데 다른 국가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어쨌든 이들 4명의 아프리카 선수는 애초에 승부를 겨루기 위해 베이징에 간 것이 아닌 셈이다.

“지방 당국서 조사 중…스포츠 진실성이 최우선”

한편 이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이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육상연맹은 BBC 스포츠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베이징 하프 마라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지방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에서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건 스포츠의 진실성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더 이상의 논평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