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병역기피 후 입국금지’ 사태 전말…“인민재판” 항변 어떤가요
유승준(스티브 유)은 한때 잘나가는 정상급 연예인이었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가수로 인기만 높았던 게 아니라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릴 만큼 반듯한 이미지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한 그는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요계와 방송가를 휘젓다시피 했다. 5집까지 발표한 앨범마다 히트를 쳤고 국내는 물론 해외 콘서트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연히 방송섭외 1순위였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병역기피로 입국금지가 된 후 21년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적 문제를 떠나 국민 정서상 용납이 안됐다.
병역기피로 입국금지 된 후 한국 땅 못 밟아

국민적 사랑을 받던 정상급 연예인이 왜 갑자기 이런 처지가 됐을까. 당시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1976년 서울 잠실에서 태어난 유승준은 중학교 1학년 때인 1989년 미국 LA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가수의 꿈을 키워온 그는 1996년 혼자 서울로 돌아와 이듬해 만 20세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올라갔다. 여기에는 그의 겸손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한몫했다. 예민한 문제일 수 있는 군 입대에 대해서도 호언장담했다.
본인은 와전됐다고 하지만 해병대 자원입대 얘기까지 나왔다. 2001년 8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허리디스크로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확정됐다.
하지만 입영일이 얼마 남지 않은 그해 말 그는 입영을 3개월 연기한 후 콘서트가 예정된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시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팬들의 환송까지 받았다.
일본 콘서트가 끝나고 예정대로 미국을 건너가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더 이상 유승준이 아니라 스티브 유로 살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군 복무 약속 어기고 국적 포기” vs “인민재판 하듯 죄인 누명 씌워”

국내에서는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CF는 줄줄이 계약해지 됐다. 보건복지부가 금연홍보대사 지정 취소까지 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병무청의 요청에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2002년 2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하려던 그는 입국이 거부돼 6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하다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스티브 유는 법적 대응과 함께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2023년 4월 20일 LA총영사를 상대로 한 재판에 앞서 그는 SNS를 통해 21년 동안 입국이 불허된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내린 결정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따져보지 않은 채 언론에서 인민재판 하듯이 죄인 누명 씌우고 있다”며 “21년이 넘게 입국을 금지하고 내 이름을 짓밟고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는 ‘입영통지서가 나온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를 무시하고 한국 국적을 버린 외국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군 입대를 두고 말 다르고 행동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이 거세다. ‘인민재판’이라는 그의 항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편,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38세가 넘었다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그가 재차 비자를 신청할 경우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다만 그의 경우 비자 발급과 별개로 법무부가 입국 금지를 유지하면 여전히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