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게임 중독’ 전자약으로 고친다?
인터넷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갖게 되는 최고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 게임을 얼마나 허용할 것이냐이다.
우리 아이가 중독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을 늘 지니고 산다. 그렇다고 강제로 못하게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를 24시간 감시를 할 수도 없거니와 강제적인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혹은 역효과가 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 30분 집에서 전자약으로 중독 치료
그런데 하루 30분 집에서 ‘전자약’으로 중독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낮은 전류량으로 뇌 기능을 조절해 부작용은 낮추고 안전성은 높였다.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자약의 일종인 경두개직류자극(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을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팀은 2018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중독 클리닉을 통해 인터넷 게임 중독 증상이 있는 20대 남성 22명을 대상으로 경두개직류자극으로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경두개직류자극은 피부 표면(두피)에 부착된 +, – 전극을 통해 미세한 직류를 흘려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신경조절술이다.
우선적으로는 자극 부위 근처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지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신경세포 특성을 활용해 뇌 내부의 신경회로까지 영향을 주는 원리로 치료를 진행한다.
자기조절능력 증가, 중독대상반응 억제
병원에서의 처방 후 재택치료가 이뤄지며, 이후 순응도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다음 처방을 조정하게 된다.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가짜기기 대조방식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치료군에서는 대조군 대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치료 전후 촬영한 기능적 MRI를 통해 확인한 영상에 따르면 치료군은 전대상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사이의 연결성이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자기조절능력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중독 대상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중독 장애, 전두엽 기능 저하 뇌 질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독 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습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는 일종의 뇌 질환이다.
즐거운 행위에 대한 동기 부여를 조절하는 보상 체계의 변화로 갈망은 증가하지만 판단이나 계획, 자기 통제 등 인지기능 조절 능력은 감소해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중독 장애를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기술 발달과 다양한 게임의 개발 등에 따라 인터넷 게임 중독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게임 중독 치료 체계적 관리 기대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부터 게임 장애를 중독성 장애로 분류하는 등 학계는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최근 세계 공중보건 이슈 중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승인된 약물은 아직 없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약물치료 이외의 새로운 치료도구로서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게임 중독 대상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진 교수는 “최근 치료 용도로 승인받은 전자약이 증가함에 따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처방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중독,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행위중독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 / IF 7.8(2022)) 4월호에 게재됐으며 2024년 4월 9일 온라인으로 선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