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집단 사망 미스터리…특정 제조원 생산 사료가 원인?
반려묘들이 급성 신경 증상과 신장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기준 전국 163가구에서 263마리의 고양이가 급성 신경·근육 병증을 보였고, 이 중 94마리가 폐사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어 빠른 조처가 요구된다.
“제조원 상호명만 달리하고 제조공장 주소는 동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savelife.or.kr)에 따르면 사망한 고양이는 4개월부터 10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먼치킨, 브리티쉬숏헤어, 아메리칸숏헤어, 스코티쉬폴드, 노르웨이숲, 코리안숏헤어 등 품종도 가리지 않고 발병했다.
발생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어 특정 전염병을 원인으로 삼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충 감염 경우도 예방접종 등이 잘 이행된 실내 반려묘들도 피해를 입고 있어 이 또한 원인으로 지목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사망하거나 급성질환을 겪고 있는 반려묘들이 대부분 특정 제조원에서 1월부터 4월까지 생산한 사료를 먹은 것으로 조사돼 이 부분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복수의 제조원이 상호명만 달리하고 제조공장 주소는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의뢰 받은 사료 30여건 검사 진행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6건 가운데 3건을 검사했고,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19일 발표했다.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 사료제조업체 5곳에서도 특이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나머지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0여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제품에 이상이 확인될 경우 해당 제품은 판매·공급을 중단하게 하고 폐기 등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펫푸드 제조사가 선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하림펫푸드는 페이지를 통해 “하림펫푸드는 자체 공장인 ‘해피댄스 스튜디오’에서만 사료(주식)를 생산하고 있다”며 “100% 휴먼그레이드 식재료만을 사용하고 원재료 입고부터 포장까지 식품 공장 수준으로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료 기준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내에 반려동물 사료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며 기준을 보다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반려동물 사료의 경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축산동물 사료 기준으로 분류돼 별도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반려묘 집단 사망의 원인이 특정 사료라고 하더라도 원료와 세균수 등에서 축산동물 기준을 지켰다면 따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사료를 사람이 먹는 음식과 같은 식품으로 분류하고, 유럽도 유럽펫푸드연맹(FEDIAF) 기준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