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한 그릇에 10만원…불붙은 특급호텔 ‘빙수대전’

국내 특급호텔 간 ‘빙수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5성급 호텔들의 빙수 출시가 예정돼 있다.

가격은 더 비싸진다. 인건비와 원재료 상승 등의 이유로 가격을 일제히 올릴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비싼 특급호텔의 빙수 값이 이제는 10만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26일부터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판매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 빙수(애망빙) 가격을 지난해 9만8000원에서 4.1% 오른 10만2000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애망빙 원조’ 신라호텔 가격 꾸준히 인상

지난해 포시즌스호텔이 출시한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포시즌스호텔
지난해 포시즌스호텔이 출시한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포시즌스호텔

고급 과일 빙수의 대명사가 된 애망빙은 신라호텔이 가장 먼저 선보였다. 신라호텔은 제주산 애플망고를 내세워 2008년 제주신라호텔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서울신라호텔이 고정 메뉴로 선보인 건 2011년이다.

첫 출시 가격은 2만7000원이었는데 매년 가격이 올랐다. 2021년 6만4000원, 2022년 8만3000원, 2023년 9만8000원으로 책정됐다가 2024년 10만원 벽을 넘어선 것이다. 신라호텔측은 애플망고 단가 등이 많이 올라 빙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5성급 호텔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포시즌스호텔은 2023년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가격을 9만6000원에서 12만6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호텔 빙수 중 10만원대 가격이 책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롯데호텔도 2023년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9만2000원으로 5% 가까이 올렸다. 2022년 빙수 값을 47% 올린 것을 감안하면 몇 년 사이 가격이 치솟은 셈이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 반영…비싼 빙수 왜 사먹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빙수를 누가 사먹을까. 주요 소비층은 2030세대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몇 시간씩 기다리는 대기줄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심리적 가격 협상도 거론된다. 판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 협상에 의해 형성되는데, 특급호텔 빙수는 단순히 빙수를 먹는다는 것보다 최고급 호텔 시설을 누리는 기회를 얻는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는 설명이다.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상품을 소비할 것으로 여겨지는 계층 및 집단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제 특급호텔에서 빙수를 먹는 사진을 찍어 SNS 등에 올리는 건 더 이상 특별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