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봉준호·최동훈…동문 파워 대단하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국내 영화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984년 설립한 영화전문 교육기관이다.
30명 내외의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 영화연출, 촬영, 프로듀싱, 애니메이션 등 정규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많은 스타 감독을 배출했다. 멜로 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허진호 감독(9기)이 우선 꼽힌다.
■ 멜로 영화의 대가 허진호 감독(9기)
장편영화 데뷔작부터 남달랐다. 변두리 사진관을 운영하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과 해맑고 씩씩한 스무살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의 풋풋한 사랑과 이별을 다룬 <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1998).
눈물 나도록 슬프지만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정원의 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허 감독은 이 영화로 평생 한번만 받을 수 있는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의 감성이 제대로 묻어나는 또 한편의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2001).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의 사랑과 이별, 미련과 집착을 허 감독만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상우의 물음이 공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한 울림으로 남는다. 청룡상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허 감독은 이외에도 일본에서 흥행돌풍을 몰고 온 <외출>(April Snow·2005), 황정민과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행복>(Happiness·2007), 정우성이 주인공 박동하로 나온 <호우시절>(A Good Rain Knows·2009), 장동건과 함께 장쯔이와 장백지가 주연을 맡은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2012), 일본으로 끌려간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The Last Princess·2016), 최민식과 한석규가 뭉친 <천문: 하늘에 묻는다>(Forbidden Dream·2018) 등을 연출했다.
■ 한국 영화 세계에 알린 봉준호 감독(11기)
봉준호 감독(11기)은 두 말이 필요 없는 한국 대표 영화인이다. 단편영화 <지리멸렬>(Incoherence·1994)로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플란다스의 개>(Barking Dogs Never Bite·2000)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교수직 추천에서 보기 좋게 떨어진 대학 시간강사 고윤주(이성재)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로 일하는 박현남(배두나)이 주인공이다. 일상에서의 벌어지는 일을 디테일하게 잘 살렸다. 배두나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전설이 된 미스터리 범죄물 <살인의 추억>(Memories of Murder·2003)으로 평단과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봉준호 감독의 진가가 제대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경찰 박두만(송강호)과 서태윤(김상경). 죽도록 잡고 싶은 범인이지만 결정적 단서가 없어 울분만 삼킨다.
봉준호 감독에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괴물>(The Host·2006)로 또 한 번 영화계를 뒤흔들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특수효과를 선보이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길을 텄다. 후속으로 나온 <마더>(Mother·2009)도 호평을 받았다.
그의 발길은 이제 세계로 향한다. <설국열차>(Snowpiercer·2013)와 <옥자>(Okja·2017)를 거쳐 <기생충>(PARASITE·2019)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92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해외영화제 수십 곳에서 상을 휩쓸었다.
■ 한국 최고의 히트 메이커 최동훈 감독(15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막히게 잘 짜여진 범죄 스릴러 <범죄의 재구성>(The Big Swindle·2004)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최동훈 감독(15기). 최 감독은 이 영화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최고 꾼들이 벌이는 치밀한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참여자는 사기 전과로 출소한지 한 달 된 최창혁(박신양).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백윤식), 최고의 떠벌이 얼매(이문식),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박원상),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류(김상호). 이들이 펼치는 지상 최대 사기는 과연 성공할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최동훈 감독의 다음 작품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The War Of Flower·2006). 주인공 고니(조승우)와 스승 평경장(백윤식), 날카로운 이빨을 미모로 감춘 정마담(김혜수), 잔혹한 성격의 최고 타자 아귀(김윤식)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의 생존게임이 펼쳐진다.
강동원·김유식·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전우치>(Woochi·2009)에 이어 또 한편의 한국형 범죄영화가 극장가를 뒤덮는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모여든 <도둑들>(The Thieves·2012)이다.
김윤식(마카오 박)·이정재(뽀빠이)·김혜수(팹시)·전지현(예니콜)·김해숙(씹던껌)·오달수(앤드류)·김수현(잠파노)에 홍콩 중견배우 임달화(첸)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김윤석의 화려한 와이어 액션부터 임달화의 도심 한복판 총격씬까지 현장감 넘치는 액션을 볼거리로 선사한다.
허진호·봉준호·최동훈 감독 이외에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과 11기 동기인 장준환 감독, 13기 민규동 감독과 임찬상 감독, 14기 임상수 감독과 이영아 감독, 25기 윤성현 감독과 조성희 감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