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렸다는 설 선물 ‘억’ 소리 나는 술 어떤 게 있나
‘억’ 소리 나는 설 선물이 대부분 판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선물이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도배 될 때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살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 비싼 선물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상품이 나오지 않겠느냐 싶어 씁쓸했다.
선물은 받는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렇게 순수하게만 돌아가겠는가. 얼마짜리 선물을 했고 얼마짜리 선물을 받았다며 선물에 가격 딱지를 붙이는 게 특별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여기서 잠시 의문이 든다. 상품을 내놨는데 팔리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손해 본 장사를 한 게 아닌가.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초고가 선물의 비싼 가격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브랜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손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가에서 2024년 설을 앞두고 선보인 초고가 선물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부분 술이다. 특히 위스키가 많다. 간혹 술 선물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만 여긴 그런 술이 아니다. 화제가 된 대표적인 초고가 술 선물을 정리했다.
■ 윈저 다이아몬드 쥬빌리(700㎖·40%) : 5억원
CU에서 판매한 국내 최고가 스카치 위스키. 전 세계에서 12병 한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영국 왕실에 위스키를 납품하는 양조장의 희귀 원액을 블렌딩한 위스키다. 35㎖ 샷으로 환산하면 한 잔 가격은 2500만원이 된다.
CU에 따르면 최고 품질의 이 위스키는 양조장이 문을 닫아 현재 생산이 중단됐다. 그래서 더 비싸다는 것이다. 최고급 크리스탈로 병을 만든 후 18K 금과 0.5캐럿 다이아몬드 및 순은으로 장식했고, 케이스는 최고급 목재인 에보니로 특별 제작했다고 한다.
국내에 수입된 건 단 1병. 희귀템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마시는 소주 한병 가격이 1300원 정도니까 소주 38만4615병을 살 돈으로 이 위스키 한 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세계 최고라는 위스키와 소주를 단순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될 수도 있다. 아래에 나오는 술도 이보다는 덜하지만 소주 값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어마무시하다.
■ 고든 앤 맥페일 제너레이션 글렌리벳 80년 : 2억5000만원
GS25가 내놓은 스코틀랜드 위스키. 현재 시중에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위스키 중에서 80년 이상의 원액만 사용한 위스키로 유일하다고 한다. 그만큼 오래 숙성시킨 재료를 사용했다는 거다. 그래서 2억5000만원에 팔린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다.
소개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1940년 2월 3일 스코틀랜드 북부 외곽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미래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진짜 위스키를 만들자’는 비전을 갖고 맞춤형 G&M(고든 앤 맥페일) Cask(술통)에 담은 위스키를 250병의 디캔터에 옮겨 생산했다.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아드자예 경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 위스키를 담을 수 있는 독특한 디캔터와 오크 케이스를 제작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장신정신이 담겼다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가격이 일반인의 소비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 하디 라리끄 포시즌 에디션 : 2억원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한 꼬냑 세트(4병). 프랑스 크리스탈 명가 라리끄의 아이코닉한 병에 최소 100년 이상 원액만 블렌딩한 최고급 꼬냑으로 4계절에 맞는 맛과 향을 구현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400세트를 출시했고, 국내에는 단 한 세트만 들어왔다. 역시 희귀템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4병으로 구성돼 있는데 병당으로 따져도 가격이 5000만원에 달한다.
꼬냑은 와인을 고농도로 증류한 술로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제조된다. 하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꼬냑 제조사로 160년 동안 전통방식을 고수해 깊고 풍부한 향미와 여운을 담은 예술적인 꼬냑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 로마네 꽁띠 셀렉션 : 9900만원
갤러리아백화점이 내놓은 최고급 와인 세트. 너무 비싸서 마셔 보진 못했지만 와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만한 유명 와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특등급 포도밭 로마네 꽁띠에서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들었다.
전 세계에 연간 400~600케이스만 생산하는 와인으로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1000만원 아래로 찾기는 힘들다고 한다. 피노누아로 생산할 수 있는 와인 중 가장 귀족적이며 고고하고 우아한 와인이라는 평가다.
실제 18세기 유럽에서는 왕족과 귀족 사이에 부르고뉴 와인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와인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와인 한 병으로 몇 잔을 마실 수 있는지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제정신에 이 와인을 한 잔 마시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