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사망’ 여배우가 하루 만에 되살아난 사연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여배우가 하루 만에 되살아나는 ‘기적’이 펼쳐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영국 BBC(www.bbc.com)에 따르면 2월 2일 인도 여배우 푸남 판디(Poonam Pandey·32세)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녀가 자궁경부암과 용감히 싸우다 사망했다는 성명이 올라왔다.
많은 언론이 곧바로 판디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배우의 명복을 비는 글들이 소셜 미디어를 가득 채웠다.
“자궁경부암과 용감히 싸우다 사망”
그런데 다음날 놀라운 반전이 펼쳐졌다. 판디가 생존 사실을 알리는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그녀는 전날 올린 게시물과 관련해 “가짜로 죽음을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왜 그랬을까? 판디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130만 팔로워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을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부였다.”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이미 논란이 될 수 있는 게시물과 홍보 캠페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2011년 인도 크리켓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옷을 모두 벗어 알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가짜 암 사망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을 지켜본 대중의 반응은 대부분 싸늘하다. 반면 판디는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침묵의 살인자, 매년 7만7000명 사망
자궁경부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인도에서 유방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며 매년 7만7000명 이상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HPV 백신으로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고위험 변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한 암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 백신만으로 완전히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판디가 가짜 죽음을 알리기 하루 전,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캠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9~14세 소녀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HPV 백신 홍보 전략 일환이었나
정부의 발표 직후 판디의 가짜 사망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많은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HPV 백신을 홍보하기 위한 정부 전략의 일환이 아니었는지 의심을 했다. 다만 정부와 판디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캠페인이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암과 싸우고 있거나 암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소셜 미디어 이용자는 X(옛 트위터)에 ‘죽음은 농담이 아니다’고 썼고, 어린 시절 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적이 있는 이용자는 캠페인이 힘들었떤 기억을 되살려 괴로웠다고 밝혔다.
푸남 판디의 죽음이 인도 언론의 죽음으로
언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푸남 판디의 죽음이 인도 언론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판디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소셜 미디어 에이전시 슈방은 캠페인에 대한 비판에 사과를 한 후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임무를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인도의 질병 확산과 관련한 통계를 공유했다.
또 판디의 어머니가 암 투병을 했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특히 백신이 있을 때 예방의 중요성과 인식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캠페인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