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은 왜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할까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첫 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일본 애니가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일본 애니의 공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이 ‘애니 왕국’인만큼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냉랭한 한일관계를 생각하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다만 반일 감정이 고조돼 ‘NO 재팬’이 확산돼도 일본 애니메이션만은 살아남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국 관객들이 왜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지 묻고 싶다.”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애니 열풍’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웃집 토토로>의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세대로 <괴물의 아이>의 호소다 마모루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끄는 대표 감독이다.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한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찾아보던 관객들이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2017)과 <날씨의 아이>(2019)는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을 한국은 물론 세계 애니팬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지만 한 번 본 사람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찾아보게 만든다.
일본 애니메이션만의 특성이 있다. 미국 디즈니의 화려함과 달리 간결하다. 실제 현실처럼 만든 3D 기술의 발전은 2D의 향수를 오히려 불러일으킨다. 재미와 역동성을 강조한 디즈니보다 정적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일본 애니가 더 끌린다.
한때 우리나라는 일본 문화에 빗장을 쳤다. 당시 국내에 개봉하지 못한 일본 애니를 비디오테이프로 몰래 들여와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 말라니 더 하고 싶은 청춘의 치기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보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다루는 일본 애니의 끌림이 있었다.
다시 신카이 마코토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국 관객들은 왜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할까. 그의 자문자답은 이렇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것이나 풍경이 닮은 것이 있어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의 마음의 형태가 비슷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한국인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일본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아닐까.”
그는 또 이런 바람을 내비쳤다.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파도처럼 반복되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계속 강력하게 연결돼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