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의 여왕’ 전도연의 영화 속 남자들

전도연은 팔색조 배우다. 연기의 폭이 넓다. 순박한 시골 소녀에서 내연남을 둔 유부녀까지 늘 새로운 인물로 변신한다. 오랜만에 출연한 TV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으로 또 한 번 변신을 꽤했다.

이 드라마에서 전도연의 상대역은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로 나오는 정경호. 조카를 딸 삼아 억척같이 살아가는 남행선은 까칠하면서도 속정 깊은 스타 강사 최치열과 러브 라인을 그렸다. 그동안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속 남자들을 살펴본다.

■ 한석규 : 접속 (The Contact·1997)

전도연의 영화 데뷔작. PC 통신 시절의 새로운 감성이 잘 담긴 영화로 전도연은 ID ‘여인2’ 수현역을 맡아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톡톡 튀는 신세대 이미지가 강했던 전도연이 명배우의 길로 접어든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역은 라디오 PD 동현역을 맡은 한석규. <닥터 봉>(1995)에서 김혜수와 <은행나무침대>(1996)에서 심혜진과 호흡을 맞추며 멜로 배우로 인기가 급상승할 때였다. 1997년은 한석규의 해였다. <접속> 외에도 <넘버3> <초록물고기>로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 이병헌 : 내 마음의 풍금 (The Harmonium In My Memory·1999)

강원도 산골 산리 마을에 새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순진무구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전도연은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 역을 맡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른 여선생님에게 마음이 가 있어 홍연의 가슴앓이가 계속된다.

전도연의 상대역은 이병헌으로 사범학교를 막 졸업하고 부임한 선생님 수하역을 맡았다.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이 가득하다. 두 배우가 함께 공연한 첫 번째 영화로 전도연은 이 영화로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도연과 이병헌은 2015년 <협녀, 칼의 기억>에 함께 출연했다.

■ 최민식 : 해피엔드 (Happy End·1999)

전도연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주목받은 영화. 기존의 청순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불륜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유부녀 최보라 역을 맡았다. 어린이 영어학원 원장으로 백수 남편을 두고 옛 애인 김일범(주진모)과 밀회를 거듭한다.

남편 서민기 역은 최민식이 맡았다. 전직 은행원으로 실직으로 인해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아내 최보라의 불륜을 목격한 후 그녀를 무참히 살해한다. 서로 다른 욕망에 뒤엉킨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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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민 : 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2005)

운명 같은 사랑이 정말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자신의 모든 걸 바치며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에이즈라는 큰 역경을 뚫고 나가는 농촌 청년과 다방 아가씨의 진솔하고 뭉클한 사랑 이야기다. 전도연이 에이즈에 걸리는 다방 아가씨 은하 역을 맡았다.

젖소 농장을 하는 36세 노총각 석중 역은 황정민이 맡았다. 가족도, 친구도, 세상도 모두 은하를 찾지 말라고 하지만 석중은 그녀 없이 한시도 살 수 없다며 죽어서도 그녀를 지켜야 한다고 다짐한다. 황정민의 순애보적 사랑이 가슴 저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