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부호] 스타트업 기업인들의 우상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관 1층에는 ‘IR52 장영실상 명예의 전당’이 있다. 1991년 제정된 IR52 장영실상은 신기술 개발에 앞장선 연구원에게 주는 국내 최고 권위의 기술상이다. 2022년말까지 수상자가 60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한국 과학기술 역사를 빛낸 기술개발인 36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호 수상자인 이현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사장을 비롯해 반도체 초격차로 유명한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국내 최초로 사이버 보안기업을 설립한 안철수 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린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게임 소프트웨어 전문가 출신의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4번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킨 벤처 창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글로벌 게임회사의 오너이면서 스타트업 후원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난 장 의장은 대구과학고를 2년만에 조기졸업한 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이 학교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에 있을 때인 1997년 5월 선후배들과 함께 네오위즈를 창업했다. 2000년대 초반 채팅 열풍의 주역인 ‘세이클럽’을 개발해 서비스한 회사다. 세이클럽은 회원 수가 16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네오위즈는 2003년 게임포털 피망을 오픈하며 게임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장 의장은 경영체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2005년 회사를 나오게 된다. 퇴사 후 그는 검색엔진 스타트업 첫눈을 설립했다. 첫눈은 ‘한국의 구글’로 주목받았고, NHN이 2006년 350억원에 인수했다.
장 의장의 창업은 계속됐다. 2007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블루홀스튜디오는 2015년 블루홀, 2018년 크래프톤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2011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TERA)를 출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7년 서바이벌 슈팅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PUBG: BATTLEGROUNDS)를 내놓으며 전 세계 게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크래프톤은 본사 산하에 7개의 개발 스튜디오를 갖추고 ‘배틀그라운드’ ‘엘리온’ ‘뉴스테이트 모바일’ ‘서브노티카’ 등 18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3804억원이다. 플랫폼별로는 모바일 9980억원(72.3%), PC 3258억원(23.6%), 콘솔 364억원(2.6%), 기타 202억원(1.5%)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액의 약 93%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Korea’s 50 Richest People) 순위에서 장 의장은 자산 18억 달러(약 2조3400억원)로 25위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17억5000만 달러)보다 한 계단 위다. 2021년 8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의 주가 변동에 따라 자산 규모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최대주주로 지분 14.54%를 소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중국 텐센트의 투자 자회사 ‘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13.53%)이며, 3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6.97%)이다.
주요 주주 현황
장병규 | 7,133,651 | 14.54% |
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 | 6,641,640 | 13.53% |
국민연금공단 | 3,422,260 | 6.97% |
자기주식 | 2,167,418 | 4.42% |
기타 | 29,707,076 | 60.54% |
합 계 | 49,072,045 | 100.00% |
장 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맡아 혁신성장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 개발에 힘썼다. 2017년 9월 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스타트업 기업인들의 우상”이라며 “풍부한 실전 경험과 혁신 소통 리더십으로 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과 국가 전력을 구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평소 소탈한 성격에 수평적 리더십을 선호하지만 할 말은 하는 강단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색엔진 첫눈을 NHN에 매각할 당시 구글도 관심을 보였지만 ‘사업보국’ 신념에 따라 국내 회사인 NHN을 선택했다고 한다.
IT 벤처 1세대로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장 의장은 2007년 벤처캐피탈(VC)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해 창업초기인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왔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2022년 10월부터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프로그램 ‘크래프톤 정글’을 운영하고 있다. 장 의장은 1기 입소식에서 “크래프톤 정글의 시작을 여는 여러분들이 크래프톤 정글의 미래, 더 나아가 IT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