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 실존 인물이 공항에서 사망한 이유

공항에 갇혀 밖으로도 못 나가고 돌아갈 곳도 없는 남자가 있다.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그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공항 내부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입국 심사 통과만 하념 없이 기다리며 오늘도 공항에서 먹고 잔다. 그리고 친구를 사귄다.

영화 <터미널>(The Terminal, 2004)은 오도 가도 못할 황당한 처지에 놓인 크로코지아 국민 빅터 나보스키의 좌충우돌 공항 생활을 다뤘다. 톰 행크스가 바보스러울 만큼 순박한 주인공 역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했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코미디 영화다. 간간히 보여주는 로맨스도 훈훈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지금 떠올려도 가슴 따뜻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공항에 갇힌 주인공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실존 인물은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18년 동안 공항에서 체류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뉴욕 JFK 공항이지만 그가 오갈 곳 없어 망명객 생활을 한 곳은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이다.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공항에 갇힌 영화와 달리 그는 이란 팔레비 왕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추방당했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영국으로 향하다 경유지인 파리에서 난민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분실해 발이 묶였다고 주장했다.

공항 생활은 영화와 비슷했다고 한다. 드골공항 지하상가 약국과 옷가게 사이에 거주공간을 마련했고, 규칙을 정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공항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공항에 계속 머무르다 영화 판권으로 25만 달러를 받은 후 2006년 공항을 떠났다. 하지만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

호텔과 보호소 등을 오가다가 2022년 10월경 공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삶의 터전이던 그곳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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