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1위’ 삼계탕의 불편한 진실…온갖 질병에 노출된 집단사육
7월 15일 초복(初伏)을 맞아 삼계탕이 불티나게 팔렸다. 무더운 복날 먹는 대표적 복달임 음식인 삼계탕은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날 국내 닭고기 산업의 이면을 조사한 동물권단체의 보고서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 제목은 ‘복날 삼계탕의 진실 :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이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삼계탕에 이용되는 닭을 사육하는 국내 농장 3곳을 잠입 조사한 결과다.
고기 생산 ‘육계’와 알 생산 ‘산란계’ 인공번식 교잡종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한 농장 3곳은 국내 대표 삼계탕 제조업체들과 위탁 계약을 맺은 곳들이다. 이들 단체는 3~6월 3달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선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치킨이나 닭고기 가공품에 이용되는 ‘육계’와 삼계탕에 이용되는 ‘삼계’로 분류된다.
이 중 삼계탕에 이용되는 삼계에는 백세미, 웅추, 토종닭 등이 있는데 백세미가 가장 많이 쓰인다. 백세미는 반쪽짜리 흰 닭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보고서는 이 백세미가 고기를 생산하는 ‘육계’와 알을 생산하는 ‘산란계’를 인공 번식해 만든 한국만의 교잡종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목적을 위해 비자연적으로 탄생한 백세미는 약 한 달 만에 삼계탕에 적합한 몸무게인 800~850g에 도달하도록 사육된다고 한다. 사실상 병아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서로 공격하고 상처 입히는 ‘카니발리즘’
그렇다면 백세미는 과연 어떻게 길러져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일까. 보고서 내용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우선 한 걸음도 움직이기 어려운 밀집 사육을 당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기도 힘들 정도다. 닭의 체온은 40도인데 온몸을 부대끼며 살다보니 고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면역력 저하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환경에서 닭은 서로를 공격하고 상처를 입히는 카니발리즘(동족포식)이 발생하기도 한다. 깊은 상처로 인해 피부가 괴사해도 치료 없이 방치된다.
배설물이 가득 축적된 곳에서 살다 보니 공기질이 좋을 리 없다. 축사 현장에서 측정한 암모니아 농도 수치는 99ppm을 초과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25ppm이하를 크게 상회한다. 공기질이 안 좋을 경우 닭들은 호흡기 질병, 세균성 결막염에 걸리기 쉽다.
실제 배설물로 축축한 바닥과 암모니아 가스에 의해 발바닥 피부염에 걸린 닭들이 다수 관찰됐다. 피부층이 한 번 무너지면 궤양으로 발전하는데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목 비틀려 죽는 약한 닭…사체 인근 숲에 버려져
보고서에 따르면 농장에서는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약한 닭을 선별해 도태시킨다. 목을 비틀어 죽이는 경우 닭은 완전히 의식을 잃을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느킨다.
도태된 닭의 사체는 인근 숲에 버려지는데 사체가 부패하면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야생동물을 통한 가축전염병과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될 위험도 있다.
이송 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몸무게가 800~850g에 도달한 닭들은 도살장으로 이송되는데 작업자들은 한 손에 최대 14마리씩 손가락에 닭의 다리를 끼워 트럭에 던져 넣는다. 이때 다리 관절이 비틀리거나 부러지기 일쑤다.
몸집이 작거나 병약한 닭들은 도살장에 이송되지 않고 먹이나 물도 없이 농장에 방치된다. 방치된 닭들은 갈증과 굶주림 속에 죽거나 작업자에 의해 도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행위들은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