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배우의 길 동행…오현경·윤소정 부부 연기 인생
한국을 대표하는 부부 배우 중 빼놓을 수 없는 커플이 있다. 바로 오현경-윤소정 부부다. 1968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배우는 연극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다.
앞서 윤소정의 아버지 윤봉춘은 영화 ‘아리랑’(1926)을 만든 나운규의 친구이자 동료였다. 한국 영화계의 개척자인 그는 일제 맞선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윤소정은 2017년 6월 16일 폐혈증으로 별세했고, 오현경은 7년 후인 2024년 3월 1일 아내의 뒤를 따랐다. 딸 오지혜가 여전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TV손자병법 ‘만년 과장’ 인기…흰 머리에 흰 수염 ‘천상 배우’
배우 오현경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건 KBS 드라마 ‘TV손자병법’(1987~1993)에서 만년 과장역을 맛깔스럽게 연기하면서부터다.
무려 296회나 방송된 이 장수 드라마는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며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그 중심에 오현경이 맡은 자재과장 이장수가 있다.
평소 윗사람에게 빌빌대며 부하직원에겐 권위적인 밉상 캐릭터이지만 눈치없고 덜렁대는 오현경의 연기로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961년 KBS TV 개국 때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TV로 유명세를 탔지만 주로 활동한 곳은 연극 무대에서였다.
연세대에서 뭘 전공했냐는 질문에 있지도 않은 연극 전공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연극에 올인 해 연극계 거목으로 존경받았다.
배우 경력에 비해 영화 출연은 많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손주 재현(임창정)의 고향에서 장의 일을 하는 장판돌 노인을 연기한 ‘행복한 장의사’(2000)와 오영감 역을 맡은 ‘전국노래자랑’(2013)이 있다.
감동 드라마에서 잔혹 스릴러까지…고교 때 무대 오른 ‘연극계 대모’
배우 윤소정은 고등학생 때인 1961년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KBS에서 성우로 활동하다 TBC 동양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발탁됐다.
이후 배우로서 맹활약했는데 주 무대는 연극이었다. 1966년 문을 연 ‘자유극장’의 창단멤버로 김혜자, 선우용녀, 박정자 등과 함께 다수의 연극에서 활약하며 ‘연극계 대모’로 존경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TV 드라마에도 꾸준히 출연했는데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2017)가 유작이 됐다.
특히 사전에 제작된 이 드라마가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던 때 별세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윤소정은 카리스마 넘치는 자혜대비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출연한 영화 중에는 며느리 수진(최지우)을 괴롭히는 시어머니 진숙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올가미’(1997)와 노년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에서 김만석(이순재)의 상대역 송이뿐 역을 열연한 게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