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허설 마치고 쓰러진 양재영씨…2명의 생명 살리고 천사가 되다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양재영(53)씨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상하며 가족을 늘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중창단에서 재능을 발견해 음악을 시작한 양씨는 교회 성가대 지휘와 서울시립합창단 단원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왔다.

공연 하루 앞두고 쓰러져…의식 회복 못한 채 뇌사상태

공연을 하루 앞두고 쓰러진 양재영씨가 2명의 생명 구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공연을 하루 앞두고 쓰러진 양재영씨가 2명의 생명 구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양씨는 4월 3일 다음 날 공연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은 양씨 몸의 일부가 누군가와 함께 세상에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고, 삶의 끝에서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4월 6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양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과 신장을 기증해 2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됐다고 밝혔다.

“사랑하는 할머니·엄마랑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오랜 시간 준비했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쓰러지며 삶의 끝까지 음악을 사랑하다 떠난 기증자를 많은 분이 함께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씨의 동생은 하늘나라로 떠나는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형, 이별하는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뭐가 그리 궁금해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거야. 우리 죽으면 천국 간다고 이야기했었잖아. 형이 사랑하는 할머니랑 엄마랑 함께 여기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 그리고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 형, 사랑하고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