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미소’ 강동원의 ‘섬찟 연기’ BEST 3
배우 강동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스타다. 가짜 퇴마사, 지능범죄 수사팀장, 허세 남발 사기꾼, 귀신 쫓는 사제 등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꽃미남’ 세 글자가 따라붙는다.
그런 강동원이 청부살인을 단순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인물로 변신해 관객과 만난다. 영화 ‘설계자’(The Plot)에서 그는 살인을 의뢰받아 사람을 죽이고는 감쪽같이 사고사로 위장해 완전범죄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영일 역을 맡았다.
강동원은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열린 ‘설계자’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이 연기한 영일에 대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차갑고 건조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유력 인사의 청부살인에 나선 영일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꽃미남 이미지가 워낙 강하지만 그의 연기 영역은 상당히 넓다. 특히 ‘설계자’의 영일처럼 차갑고 냉소적인 연기로 반전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살인 미소’로 관객을 사로잡는 강동원의 섬찟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3편을 소개한다.
■ 군도:민란의 시대(KUNDO:Age of the Rampant·2014)
윤종빈 감독의 독특한 장르 영화다. 스토리의 큰 줄기는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하던 시절, 백성 편이 돼 세상을 바로잡고자 맞선 의적떼 군도 이야기다. 민란의 시대에 큰 뜻을 품은 인물 하나하나가 무협지에서 막 튀어나온 듯 개성이 강하다.
그 중에서도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은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다.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해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하는 최악의 빌런이다. 이 잔악무도한 조윤 역을 강동원이 연기했다.
조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최고의 악당이지만 서자로서 갖는 콤플렉스와 초고수 무인의 자존심을 동시에 지녔다. 사람을 죽이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잔혹성 이면에 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에 대한 서글픔이 숨어있다
■ 초능력자(Haunters·2010)
시간을 멈추게 하는 능력. 그 순간 나 외에 주변 모두는 동작 그만이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초능력이다. 만약 내게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영화 속 초인은 돈을 강탈하는 등 범죄에 악용한다.
강동원이 초인 역을 맡아 싸늘한 연기를 펼친다. 상대역 규남은 배우 고수가 맡았다. 초인의 통제에서 벗어나 범죄에 맞서는 유일한 인물이다. 완전범죄를 이어온 초인의 조용한 삶은 규남의 등장으로 쑥대밭이 된다.
약간 어리숙하지만 우직하고 올곧은 규남 역을 고수에게 맡긴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안성맞춤이다. 초인 역을 맡은 강동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소외받아온 삶을 초능력을 통해 되갚는 그의 악행은 한편으로 안쓰럽다.
■ 그놈 목소리(Voice Of A Murder·2007)
목소리 하나로 영화적 긴장감을 이끌었다. 이 영화에서 강동원의 얼굴을 찾아볼 수는 없다. 다만 익숙한 목소리가 공포를 불러온다. 실제 있었던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룬 작품에서 강동원은 유괴범 ‘그놈’ 역을 맡았다.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던 1990년대 방송국 뉴스앵커 한경배(설경구)와 아내 오지선(김남주)의 9살 아들 상우가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피말리는 협박전화가 시작된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이 협박전화 목소리뿐이다.
강동원은 교양 있는 말투에 소름끼치게 냉정한 그놈 목소리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범죄자 같지 않은 목소리가 공포감을 더 높인다. 박진표 감독은 “강동원의 목소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연기한 것이다”고 밝혔다. 때로는 평범함이 가장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