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누구와 먹고 싶나요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은 한때 전 세계가 동경한 패션 아이콘이었다.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1953) ‘사브리나’(Sabrina·1954)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할리우드를 휘어잡은 어느 여배우보다 화려하다.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오드리 헵번은 ‘사브리나’에서 의상 협찬을 받은 최초의 배우로 등극하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마침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헵번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원작자가 원한 여주인공은 마릴린 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트루먼 카포트(Truman Capote)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는 주인공 홀리 역에 오드리 헵번이 아니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 속 홀리는 좀 더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여서다.
만약 마릴린 먼로가 홀리 역을 맡았다면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우리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될까.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듯 하다.
홀리의 욕망 응집된 보석상 티파니
오프닝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홀리가 뉴욕 티파니 본점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크루아상을 들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뉴요커의 일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홀리에게는 남다르다. 맨해튼의 중심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보석상 티파니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홀리의 욕망이 응집된 곳이다.
그녀는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화려한 상류사회를 동경한다. 실제 브라질 갑부 호세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마약에 연루돼 경찰에 연행되고 호세는 그녀를 떠난다.
신분상승 욕망이 가로막은 인연
로맨스의 상대는 조지 페파드(George Peppard)가 연기한 폴이다. 가난한 작가인 그의 삶도 메마르긴 마찬가지다. 부유한 연상녀로부터 돈을 받아 생활한다.
홀리가 사는 아파트로 폴이 이사 오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폴은 자유분방한 홀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지만 신분상승의 꿈을 지닌 그녀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홀리가 경찰에 연행되고 호세가 그녀를 떠나자 폴은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홀리도 알고 있다. 신분상승의 욕망이 둘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결론은 해피엔딩.
홀리가 브라질 갑부와 결혼했다면
오래전 일이다. 출장차 뉴욕에 갔다가 우연찮게 티파니를 구경했다. 오드리 헵번처럼 티파니 본점 창문을 들여다봤다. 커피나 크루아상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약속 장소가 뉴욕 5번가 트럼프 타워(TRUMP TOWER)였다. 시간이 조금 남아 빌딩 코너를 돌아서니까 곧바로 티파니가 나왔다. 신분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히진 않았다.
욕망은 충족되는 순간 더 이상 욕망이 아니다. 홀리가 브라질 갑부 호세와 결혼했다면 만족한 삶을 살았을까. 욕망의 끝은 또 다른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