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미모’ 엄정화의 독한 연기…섬찟한 스릴러 영화 BEST 3
엄정화는 자타공인 팔방미인 연예인이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못하는 게 없다. 그것도 그냥 잘하는 게 아니다.
가수로서는 수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을 정도로 정점을 경험했다. 배우로서도 TV와 영화를 오가며 흥행 메이커로 이미 인정받았다.
5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 미모를 자랑한다. 배우로서 활동 폭이 넓다. 청순가련도 어울리고 엉뚱발랄도 매력적이다.
자주 보여주진 않았지만 냉혹하고 독살스런 연기도 일품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 오로라 공주 (Princess Aurora·2005)
배우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영화로 기억한다. 감독의 연출도 배우의 연기도 강렬했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같은 해 개봉돼 비교가 되기도 했다.
어린 딸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한명씩 살해하는 엄마의 잔혹한 복수극이다. 엄정화가 분노한 엄마 정순정 역을 맡아 살벌한 연기를 펼쳤다. 당시엔 로맨스 코미디에 어울릴법한 가수 겸 배우의 일탈처럼 느껴졌다.
오로라 공주는 딸 민아가 좋아하던 캐릭터다. 엄마 정순정이 복수 후 현장에 오로라 공주 스티커를 남겨둔다. 그런데 영화 속 복수가 좀 도를 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베스트셀러 (Bestseller·201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엄정화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하다 표절 논란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진 백희수 역을 맡았다. 하루 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은 작가가 재기를 위해 내려간 시골의 외딴 별장에서 벌어진 괴기한 일이 주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음침하고 섬뜩한 분위기의 영화다. 굳게 잠긴 2층 구석방, 집안에 울리는 기괴한 진공소리, 천정에 번져가는 검은 곰팡이, 마당에 떨어진 치아 교정기…. 별장 주변을 맴도는 남루한 행색의 중년 여성, 딸 연희의 섬찟한 이야기, 점차 심해져 가는 희수의 히스테리.
꽁꽁 숨기려 했던 마을 사람들의 범죄 행각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딸 연희는 어떻게 된 걸까. 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시신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평소 이런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영화다.
■ 몽타주 (Montage·2013)
탄탄한 스토리와 안정된 연기, 여기에 공소시효를 전면에 내세운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 15년 전 딸 서진을 유괴당한 엄마 하경(엄정화). 유괴범을 찾아 헤맸지만 이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
15년 동안 범인을 잡는데 인생을 걸어온 형사 청호(김상경)도 애가 탄다. 몇 일만 지나면 유괴범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다. 사건 현장에 놓인 꽃 한송이. 범인의 짓이라고 판단한 청호는 다시 사건을 추적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그런데 15년 전처럼 또 한번의 유괴가 발생한다. 눈앞에서 손녀 봄이를 잃어버린 할아버지 한철(송영창). 봄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납치범. 그 수법이 서진이 유괴 때와 똑같다. 그리고 반전. 엄정화는 이 영화로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