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J 심슨 암 투병 중 사망…‘세기의 재판’ 무슨 일 있었길래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이 지난 4월 10일 암 투병 끝에 76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그의 법정 다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슨은 1994년 6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피해자는 다름 아닌 그의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식당 종업원이던 론 골드만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여러 증거물로 볼 때 심슨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백인 전처 살해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 진행
심슨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미식축구 선수로 맹활약하면서 스포츠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 배우로도 활동해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백인 중심의 미국에서 흑인의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말 그대로 슈퍼스타였던 셈이다.
그런 심슨이 백인 전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데다 검찰의 출석을 거부해 도주극을 펼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미국 전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후 그 유명한 ‘세기의 재판’((Trial of the century)이 진행된다. 이 재판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슨은 유력 매체인 ‘타임’과 ‘뉴스위크’ 표지를 장식했다.
‘세기의 재판’ 미 전역에 생중계…검찰 증거 제시에도 무죄 판결
재판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하루 평균 550만명이 시청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재판’으로 기네스북에 수록되기도 했다.
검사 측은 양말에 묻은 혈액, 머리카락이 발견된 셔츠, 현장에 찍힌 발자국 등 수많은 증거를 제시하며 심슨을 살해범으로 지목했다.
반면 수십억원을 들여 고용한 변호인 측은 증거를 하나씩 반박하며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혀 심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의 판결은 무죄였다.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피 묻은 왼손 장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사 측은 이 장갑과 짝이 맞는 오른손 장갑을 심슨 집에서 찾았다며 살인의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장갑이 심슨의 손에 맞지않다는 게 확인됐다.
민사재판 370억 지급 명령…강도죄로 33년 징역형 선고
한국과 달리 영미법 체계에서는 용의자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 검찰이 항소할 수 없게 돼있어 심슨은 무죄를 확정받고 자유인이 됐다.
하지만 재판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가정 폭력과 젠더 갈등에다 인종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심슨이 진짜 살해범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진행된 민사재판의 배심원단은 이 사건에 대한 심슨의 책임을 인정하고 브라운과 골드먼의 유족에게 3350만 달러(약 370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유족이 심슨으로부터 실제 받은 돈은 1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슨은 2007년 9월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카지노에 들어가 총을 겨누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체포돼 강도죄 등으로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그는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