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 무용수 장희재씨 4명의 생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서울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장희재씨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리더십 강한 여성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늘 먼저 도왔다. 평소 봉사와 기부를 실천한 따뜻한 사람이었다.

장씨는 무용하는 언니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때 무용에 입문해 충남대 무용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초등·중등 수업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박사과정를 밟고 있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매 학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전국 무용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대전을 빛낸 안무가상을 받기도 했다.

쌍둥이에게 ‘엄마 좋은 일 하고 떠났다’ 전하고 싶어

4명의 생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쌍둥이 엄마 무용수 장희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4명의 생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쌍둥이 엄마 무용수 장희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씨는 3월 9일 가족들과 부모님 댁에서 잠을 자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3월 16일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장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천사가 돼 하늘로 떠났다고 밝혔다.

가족은 7살 쌍둥이 두 아들에게 엄마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났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또 삶의 마지막이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속에서 살아 숨 쉬길 바랐다.

가족은 장씨의 외할머니가 신장 투석을 20년 넘게 받았기 때문에 몸의 장기가 아파 고생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장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꿈속에 자주 나타나 줘아이들 이야기 전해줄게

어머니 김광숙씨는 “희재야, 너무 보고 싶어. 매일 아침 네 이름을 몇 번씩 불러봐. 애들 걱정하지 말고 이제는 편히 쉬어. 자주 엄마 꿈속에 나타나. 그럼 아이들 이야기 전해줄게”라고 말했다.

김씨는 “애들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거 같아서 그게 더 힘들어. 희재야 애들 잘 자라날 수 있게 하늘에서 꼭 지켜줘.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언니 장혜선씨는 “희재야, 사랑하고 너무 사랑했고 내가 너의 언니여서 너무 행복했어. 더 많은 걸 못 해줘서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장씨는 “내게 아들 둘을 선물로 주고 간 것으로 생각하고 내 딸과 함께 잘 키울게.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에는 내가 엄마가 되어줄 테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지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