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화 멋짐 대폭발 ‘천장지구’…스타덤 오른 오천련 영화인생

영화 ‘무간도’(Infernal Affairs)에 이어 ‘골드핑거’(The Goldfinger)에서 맞붙은 유덕화(劉德華)와 양조위(梁朝偉)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다.

특히 유덕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한 배우다. 많을 땐 한해에 16편의 영화를 찍은 적도 있다.

유덕화가 청년 시절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1990년 개봉한 ‘천장지구’(A Moment Of Romance)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카리스마를 폭발시킨 유덕화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역을 맡은 오천련(吳倩蓮)의 가냘프면서도 당찬 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청춘의 서툰 사랑 불꽃처럼 타오르다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을 맡은 영화 천장지구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을 맡은 영화 천장지구

영화 ‘천장지구’의 원제목은 ‘천약유정’(天若有情)이다. 당나라의 시인 이하(李賀)의 시 ‘천약유정천역로’(天若有情天亦老)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늘도 정이 있다면 사람과 같이 늙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천장지구’(天長地久)가 더 쉽게 와닿는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유래한 말로 하늘과 땅처럼 영원토록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 속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전해진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뒷골목 세계에서 거친 삶을 사는 아화(유덕화)와 상류층 부잣집 외동딸 죠죠(오천련)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이 주요 내용이다. 여느 청춘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더 애달프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사랑은 아화의 죽음과 죠죠의 눈물로 끝을 맺는다. 젊은 날 서툰 사랑은 때론 가슴 설레게 때론 가슴 저리게 만든다. ‘A Moment Of Romance’. 다만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랄 뿐이다.

가수 길 걷던 오천련, 영화배우 데뷔한 사연

오천련은 스크린 데뷔작 천장지구 한편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IMDB

1968년 대만에서 태어난 오천련은 1980년 개봉한 알란 파크(Alan Parker) 감독의 뮤지컬 영화 ‘페임’(Fame)에 감명 받아 타이베이 예술대학에 진학한다. 가수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백업 보컬 등으로 학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영화정보사이트 IMDB(www.imdb.com)에 따르면 가수로 먼저 연예계에 발을 딛은 오천련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당시 홍콩 최고의 여배우이자 감독인 장애가(張艾嘉)가 오천련이 일하던 레코드사에서 우연히 오천련의 사진을 발견했다. 대만 출신인 장애가는 1980년대 홍콩 코믹 액션 시리즈로 최고의 사랑을 받은 ‘최가박당’(最佳拍檔)의 왈가닥 여형사로 잘 알려져 있다.

장애가는 이 사진을 홍콩 영화계 마당발인 두기봉 감독에게 보냈다. 때마침 두기봉 감독이 제작하려던 영화가 있었고 오천련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이 영화가 바로 ‘천장지구’다. 오천련은 스크린 데뷔작 한편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기대에 못 미친 천장지구속편들

영화 천장지구 포스터

‘천장지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이런저런 속편이 쏟아져 나왔다. 오천련은 1992년 개봉한 ‘천장지구2’에서 주인공 소천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유덕화가 아니라 곽부성(郭富城)이었다.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작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천장지구3’은 두 편이 나왔다. 1997년 개봉한 ‘풍화가인’은 유덕화와 오쳔련이 다시 뭉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오리지널 ‘천장지구’를 본 영화팬들에게는 실망감만 안겨줬다. 시대 배경이 중일전쟁 때였다.

1999년 개봉한 또 다른 ‘천장지구3’은 완결편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천장지구’ 시리즈라고 보기도 어렵다. 영문 제목이 ‘Thanks For Your Love’였다. 유덕화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멋짐을 뽐냈지만 그뿐이었다. 상대역은 관지림(關之琳)이 맡았다.

배우 전성기 1990년대 ‘음식남녀’ ‘야반가성’ 열연

장국영과 오천련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야반가성

오천련은 스크린 데뷔 후 2004년까지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전성기는 역시 1990년대라고 생각된다.

1995년 개봉한 ‘음식남녀’(Eat Drink Man Woman)와 이듬해인 1996년 개봉한 ‘야반가성’(The Phantom Love) 두 편의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음식남녀’는 대만 출신의 이안(李安) 감독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다. 오천련은 커리어우먼 둘째 딸 가천 역을 연기했다.

‘야반가성’은 제목처럼 중국판 ‘오페라의 유령’으로 불렸다. 주인공 송단평 역은 장국영(張國榮)이 열연했고, 오천련은 송단평이 사랑하는 연인 두운언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