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1세대 국민가수 현미…후배가수 귀감 된 65년 노래인생
1960~1970년대 이미자·패티김과 함께 한국 가요계를 이끌던 원로가수 현미(본명 김명선). 2023년 4월 4일 향년 85세로 별세한 현미는 1938년 평양에서 태어나 6·25 한국전쟁 중 남한으로 내려온 실향민 1세대로 1957년 미8군 위문 공연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천재 작곡가로 불린 이봉조와 1집 작업을 하던 1962년 미국의 재즈가수 냇 킹 콜(Nat King Cole)의 곡에 직접 가사를 써 붙인 ‘밤안개’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 음반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 길옥윤의 데뷔곡 ‘내 사랑아’도 수록돼 있다.
재즈풍 허스키한 목소리로 한 시대 풍미
이후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신성일·엄앵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주제곡을 잇따라 부르며 최고의 가수 반열에 올랐다. 재즈풍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내 사랑아’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몽땅 내 사랑’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의 노래를 히트시켰다.
19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돼 축가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낯선 동양인 가수가 미국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기립박수와 앵콜이 이어졌다고 한다. 앞서 이봉조가 최초로 도전한 서구권 가요제에서 ‘별’이라는 노래를 불러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나이가 들어서도 후배 가수에게 귀감이 되는 원로가수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활동이 뜸했지만 1990년대부터 쉬지 않고 노래를 발표했다. 2007년 데뷔 50주년 앨범을 발매해 한국 최초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후배 래퍼들에게 트로트 가르친 선생님
젊은 가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2011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심사위원을 맡는가 하면, 2020년 방영된 웹예능 <영리한 문제아들>에서 후배 래퍼들에게 트로트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출연했다.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가수 활동에 애착을 보여 온 국민가수 현미의 65년 노래인생은 한국 가요계에 전설로 남았다.
가수 노사연·배우 한상진 이모…80년대 아이돌 스타 원준희 시어머니
원로가수 현미의 집안에는 문화예술인이 여럿 있다. 언니 김화선은 무용인으로 한국 고전무용의 현대화를 이끈 최승희의 제자로 알려졌다. 막내 동생 김명희는 가수로 활동했다.
국민가요 ‘만남’을 부른 가수 노사연이 언니 김화선의 딸이다. 현미가 노사연의 이모다. MBC 드라마 <이산>에서 홍국영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한상진은 동생 김명옥의 아들이다. 현미가 역시 한상진의 이모다.
1980년대 아이돌 스타로 각광받은 배우이자 가수 원준희는 둘째 며느리다. 2014년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고부스캔들>에 시어머니 현미와 며느리 원준희가 함께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