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만 당했다…검찰 공소장에 담긴 ‘협박녀’ 실체
배우 이선균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당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예인 마약 사건이라기보다는 거액의 돈을 노린 연예인 협박 사건에 더 가깝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 공소장 내용에는 이씨를 상대로 한 협박녀들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당시 이씨가 겪었을 말 못할 고통도 곳곳에 배여 있다.
언니·동생 하던 전직 여배우와 유흥업소 여실장
등장하는 협박녀는 둘이다. 전직 영화배우 A(29)씨와 유흥업소 실장 B(30)씨. 2022년 9월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으로 지냈다. 당초 사건은 이 둘 간의 문제였다.
이들은 서로 언니·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고 사소한 일상까지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다. 특히 A씨는 B씨의 마약 투약 사실은 물론 B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유명인이 누구인지도 짐작하고 있었다.
2023년 9월 B씨는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의 남자친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1000만원을 건네 무마하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자신도 B씨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다고 보고 협박에 들어갔다. 물론 자신의 신분은 철저히 감췄다. 휴대전화도 회사 명의로 개통한 것을 사용했다.
여배우 해킹범인 척 여실장 협박…1억원 요구 실패
A씨는 9월 14일 텔레그램으로 ‘너 앨범에 있던 거 연예인 사진 많지 ㅋㅋ. 나라가 뒤집힐’이라는 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다. 이튿날에는 ‘곧 경찰 와요. 아니면 바로 이선균한테 사진 폭발이에요’라며 재차 협박을 했다.
B씨는 이런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가 평소 알고 지낸 A씨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해서 알게 된 사실을 갖고 협박하는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A씨는 이후 ‘수요일까지 1억원 만들어. 늦어질수록 1000만원씩 붙는다. 내 말에 부정하면 가족한테 연락한다’ 등 메시지를 두 차례 더 B씨에게 전송했다.
하지만 A씨의 협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포폰 판매업자로부터 산 불법 유심칩을 휴대전화 공기계에 갈아 끼운 뒤 카카오톡으로도 B씨를 협박했지만 결국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협박받던 여실장이 오히려 이선균 협박해 3억원 챙겨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그동안 A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온 B씨가 이선균씨에게 거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B씨는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받고 있다며 입막음용으로 당초 A씨가 요구한 1억원이 아닌 3억원을 달라고 했다.
또 “3억원만 주면 다시는 협박하지 않겠다고 한다” “매스컴은 막자”는 식으로 이씨를 다그쳤다. 결국 이씨는 9월 22일 급히 마련한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
그런데 3억원을 건네 받은 B씨는 자신을 협박한 A씨에게 돈을 넘기지 않았다. 1억원을 주더라도 2억원이 남았을 텐데 그러지 않고 현금 3억원을 혼자 챙겼다.
전직 여배우도 이선균 직접 협박해 5000만원 받아
이후 이선균씨는 또 다른 협박을 받게 된다. B씨로부터 돈을 받아내지 못한 A씨가 직접 이씨에게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A씨는 10월 13일 이씨의 지인에게 ‘B씨에게 준 돈을 회수해서 2억원을 다시 들고 오라고 배우한테 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협박 과정에서 요구액을 낮춰 10월 17일 서울 강남 한 음식점에서 5000만원을 건네받았다.
A씨는 2024년 1월 공갈·공갈 방조·공갈미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등 모두 5개 죄명이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B씨는 2023년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됐고, 공갈 혐의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