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끝판왕’ 이 남자의 깜짝 놀랄 반전 매력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린 베스트웨스턴플러스전주호텔. 중년의 남자 배우가 이곳을 찾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좋은 인상은 아니다.
스크린보다 TV에서 낯이 익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2021)에서 엽기적 갑질로 공분을 산 웹하드 업체 회장을 모티브 한 박양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백현진씨다.
어떻게 저런 천하의 악역을 화가 치밀도록 잘 할까. M자형 앞머리에 칼칼한 목소리까지 싱크로율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밉다.
‘모범택시’ 엽기적 갑질 회장 역으로 짜증 유발
50대로 접어든 백씨는 몇 편의 드라마로 인해 ‘악역 끝판왕’으로 불린다. 인상이 우락부락 험악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비웃는 듯한 표정과 특유의 시비조 말투가 짜증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연기가 아닌 실제 그의 진면모를 본다면 생각이 확 달라진다. 사실 백씨는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음악인이다. 1997년 데뷔한 관록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장영규씨와 결성한 인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다. 한국 대표 음악감독인 故 방준석씨와 ‘방백’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백씨 본인도 <복수는 나의 것>(2002) 등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다.
인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결성한 유명 음악인
백씨의 본업은 또 있다.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중퇴한 그는 화가이자 설치미술가이며 행위예술가이다.
이미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미술상인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라 후원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씨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돼 직접 고른 영화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홍익대 조소과 다닌 미술인…올해의 작가상 후보도 올라
그가 선택한 영화는 라틴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3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자유의 환상>(1974),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이었다.
자신이 출연한 <뽀삐>(2002)와 <경주>(2014), 감독을 맡은 <The End>(2009)와 <영원한 농담>(2011)도 소개했다.
백씨는 “30대 중반부터 15년 동안 운 좋게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며 “좀 산만하고 호기심 많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뭘 안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