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초장기 집권 최대 무기는 의문사?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2000년부터 총리직(2008~2012년)을 포함해 24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6명의 대통령을 맞이하는 동안 러시아는 사실상 푸틴 1인 체제를 이어온 것이다.

여기에다 오는 3월에 치러질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하면 6년 임기를 더해 30년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 이후 상황도 알 수가 없다. 장기 집권을 넘어 초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셈이다.

24년 철권통치 의문의 죽음 이어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BBC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BBC

왕조시대도 아니고 1인 통치가 이렇게 오래 갈 수 있을까. 푸틴이 지금도 러시아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니 3월 대선도 무사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푸틴의 인기가 왜 높은지는 차치하고 24년 철권통치 기간 그에게 대항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유력 인사들이 늘어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이자 운동가로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가 지난 16일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수감 도중 사망한 데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다.

최대 정적 나발니 시베리아 교도소서 사망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이자 운동가로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 BBC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이자 운동가로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 BBC

나발니는 이미 죽을 고비를 한차례 넘긴 적 있다. 2020년 8월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마친 후 비행기를 타고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나발니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3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독살이 의심됐다. 신경작용제 노비초크가 나발니의 속옷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가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만큼 푸틴에게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 독살설이 나온 배경이다.

나발니가 치료를 받은 곳은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이었다. 주변에서 러시아행을 만류했지만 그는 2021년 1월 자진해서 귀국했고 곧바로 체포됐고 2022년 1월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2년 뒤 수감 중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경위·시각에 시신 위치까지 의혹 제기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의 대변인은 17일 나발니의 사망 통지가 그의 어머니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리지 않았고, 사망 경위도 조사를 해야 한다며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 시각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사망 시각이 오후 2시 17분인데 2분 뒤 교도소에서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7분 뒤 크렘린궁 대변인이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 당국은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당초 나발리를 러시아 최북단 교도소로 추위를 비롯한 환경이 최악인 시베리아 교도소로 보낸 것부터가 푸틴의 정적을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인부대 수장 프리고진 항공기 추락사

푸틴과 협력 관계에 있다가 등을 돌린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 BBC
푸틴과 협력 관계에 있다가 등을 돌린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 BBC

의문의 죽음은 나발리만이 아니었다. 푸틴과 협력 관계에 있다가 등을 돌린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의 사망을 두고도 뒷말이 나돌았다.

바그너그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곧바로 전선에 투입돼 러시아의 주전력으로 활약했다. 푸틴과 프리고진의 특별한 관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급 문제 등을 두고 러시아 군부와 마찰을 빚은 프로고진은 2023년 6월 러시아 정규군이 자신의 용병에 포격을 가했다며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로 진격했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프로고진의 바그너그룹이 군사반란을 일으킨 셈이 됐다. 일촉즉발의 사태는 알렉산더 루카센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논란은 프리고진이 그해 8월 모스크바 외곽에서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을 거두면서 발생했다.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하자 고의적인 폭발로 추락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크렘린궁은 음모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친서방 야권 지도자 크렘린궁 인근서 타살

러시아 부총리를 지낸 유력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BBC
러시아 부총리를 지낸 유력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BBC

2015년 2월에는 러시아 부총리를 지낸 유력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가 크렘린궁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친서방 정치인으로 알려진 그는 야권 지도자로 푸틴과 대립해왔다. 사망한 며칠 후에도 반정부 집회를 이끌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한때 러시아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Boris Berezovsky)가 영국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푸틴에 의해 숙청당한 그는 2003년 영국으로 망명한 후 푸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왔다.

2006년에는 이른바 ‘홍차 독살’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영국으로 망명한 옛 KGB 정보요원이 푸틴 정권을 비판해오다가 그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홍차를 마셔 숨진 것이다. 찻잔에서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검출됐다.

한달 앞선 10월에는 체첸 전쟁의 잔혹함을 폭로했던 러시아 독립언론의 기자가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같은 회사의 다른 기자도 2003년 FSB(러시아 연방보안부)의 탈세 의혹 취재 중 독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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