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스포츠] 현대家와 축구협회

한국 스포츠가 발전하는 데 있어 재벌가(家) 역할이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스포츠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지원했다.

비인기 종목의 경우 아직도 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후원이 없으면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스포츠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재벌이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한 건 아니다. 손해 볼 장사를 무작정 이어가지는 않는다. 스포츠가 가져다 준 마케팅 효과로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평판을 좋게 해 잠재적 소비층 확보에 주력할 수 있었다.

현대가와 한국 축구 발전의 명암

고 정주영 회장이 창업한 현대는 한국 스포츠와 역사를 함께 했다. 어렵던 시절 큰 우군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지금도 현대가(家)는 여러 종목의 스포츠에서 협회장을 맡거나 후원사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떠올리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주요 대회 스폰서를 맡거나 프로구단 운영과는 별개로 대한축구협회(www.kfa.or.kr)와의 특별한 인연이 우선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가는 지난 30여년간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협회를 사실상 사유화해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된다.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에서 대권 유력 후보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축구협회 회장 시절 모습. KFA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축구협회 회장 시절 모습. KFA

정주영 회장의 6남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그룹 최대주주)은 1993년 1월 12일 열린 대의원 총회를 통해 축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이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이다.

앞서 협회 회장을 맡았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김창기 전 대학축구연맹회장을 후임으로 낙점해 대우와 현대 두 재벌 간 미묘한 갈등과 암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몽준호(號) 축구협회는 거센 풍랑 속에서 닻을 올려야 했다. 첫 집행부 구성부터 차질을 빚으며 삐걱댔다. 이듬해인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오르면서 축구계에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정몽준 이사장은 2009년 1월까지 16년 간 축구협회 회장을 맡았다. 그 사이에 5선 중진 의원을 대권 주자 대열에 올라섰다. 그가 정치력을 키워나가는 데 있어 축구협회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도 있다.

정몽준에서 조중연, 그리고 정몽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KFA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KFA

2002년 열린 한일월드컵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월드컵이 흥행 대박을 치면서 당시 조직위원장으로 월드컵을 진두지휘한 정 이사장은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대권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이후 2014년 5월 국회를 떠날 때까지 거물급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이보다 앞선 2009년 1월 축구협회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중연 회장이 정몽준 회장 시절 실무부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사람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11년 11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조 회장은 부인했지만 정몽준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회장 자리는 정 이사장의 4촌 동생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현 HDC) 회장이 맡게 됐다.

정몽규, 클리스만 감독 논란 고발 당해

위르겐 클리스만 축구 국가대표님 감독
위르겐 클리스만 축구 국가대표님 감독

정몽규 회장은 프로 축구단을 운영하며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내는 등 축구계와 인연이 없지는 않지만 범현대가(家)에서 축구협회의 권력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그로부터 11년 동안 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21년 1월에 3선 회장에 올랐다. 회장 임기는 4년이다. 4촌 형인 정몽준 이사장에 이어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어 가는 동안 여려 의혹이 제기됐다. 그 배경에 권력 독점과 장기 집권이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르겐 클리스만 축구 국가대표님 감독의 거취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정몽규 회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질 문제로 경질 여론이 커진 클린스만 감독을 독단적으로 선임한 게 정 회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클리스만 감독의 높은 연봉과 해임 시 위약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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