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 벽 허물 세계기록 보유자의 허망한 죽음

마라톤 풀코스(42.195km) 세계기록은 2023년 10월 시카고 대회에서 나왔다. 2시간35초. 이로써 인간이 도저히 허물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2시간 벽을 부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주인공은 케냐의 켈빈 킵툼(Kelvin Kiptum)이다. 2019년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 그는 2022년 12월 풀코스 첫 출전 대회인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2시간1분53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23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1분25초로 역시 우승하며 역대 2위 기록을 남겼고,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단 몇 년 만에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를 ’서브2‘(2시간 이내에 풀코스 완주)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했다. 넘어야 할 벽은 35초였다. 하지만 킵툼은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켈빈 킵툼은 2023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BBC
켈빈 킵툼은 2023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BBC

케냐 서부 도로서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망

BBC(www.bbc.com) 보도에 따르면 킵툼은 케냐 서부의 한 도로에서 르완다 출신 코치와 함께 차안에서 사망했다. 24살 생일을 지낸 지 두 달 남짓 지난 때였다.

사고는 밤 11시 경에 발생했다. 경찰은 킵툼이 운전을 했으며 통제력을 잃은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왼쪽 도랑에 빠진 채 악 60m를 가다가 큰 나무를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킵툼과 코치는 충돌 지점에서 사망했고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여성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차량을 견인해 조사를 하고 있다.

킵툼의 아버지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일한 아들이 떠났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손주들에 대한 걱정도 했다. 킵툼은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켈빈 킵툼이 운전한 사고 차량은 경찰이 견인해 조사 중이다. BBC
켈빈 킵툼이 운전한 사고 차량은 경찰이 견인해 조사 중이다. BBC
 

첫 대회 빌린 신발 신고 우승한 마라톤 영웅

그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는 자신의 세계기록을 깬 킵툼에 대해 위대한 성취를 앞둔 라이징 스타라고 말하며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킵툼은 오는 4월에 열릴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을 허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발을 살 여유가 없어 빌려 신은 신발로 첫 대회에서 우승한 그가 꿈의 실현을 앞두고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케냐 선수들 대부분이 장거리로 전향하기 전 이미 육상 선수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그는 말 그대로 도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킵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육상 트랙 훈련장까지 갈 돈이 없었다고 밝혔다.

케냐는 마라톤 영웅의 죽음에 슬픔에 잠겼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은 비범하고 위대한 선수라며 안타까워했고, 체육부 장관은 케냐가 특별한 보석을 잃었다고 말했다. 총리를 지낸 야당 지도자도 진정한 영웅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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