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꿀팔자’ 장항준 감독, 그가 만든 영화도 꿀맛일까
장항준 감독은 스스로 ‘신이 내린 꿀팔자’라고 자랑한다. 그의 아내가 김은희 작가이기 때문이다.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에 ‘킹덤’ 시리즈까지 드라마 작가로서 부와 명성을 다 움켜쥔 스타다.
김 작가가 쓴 드라마의 원고료만 해도 어마무시하다. 흥행이 검증 된 작가이다 보니 그의 원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기에다 하는 일까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니 장 감독에게 아내 김 작가는 ‘복덩이’인 게 분명해 보인다.
장 감독은 자타공인 이야기꾼이다. 입심이 대단하다. 최근 들어 방송에 가장 많이 나오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방송국에서 작가와 FD로 일한 적 있다 보니 방송이 낯설지 않을 수 있다.
TV에 자주 나오지만 그의 본업은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얘기할 때 가장 눈이 반짝거린다. 2023년 농구 시합을 다룬 영화 <리바운드> 개봉으로 화제가 됐는데, 장 감독의 이전 영화를 보면 왜 그가 탁월한 이야기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 라이터를 켜라 (Break Out·2002)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첫 영화부터 심상찮았다. <박봉곤 가출사건>(1996)과 <북경반점>(1999)의 시나리오 작가로 재기발랄한 재능을 보였던 장 감독은 이 영화로 단숨에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부상했다.
부산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백수 허봉구(김승우)와 조폭 양철곤(차승원)의 혈투. 단순한 스토리지만 빠른 전개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해 재미를 더하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특유의 코믹 코드로 담아냈다.
■ 전투의 매너 (Jeontuui Maeneo·2008)
상쾌한 아침과 순대국, 휴일에는 방콕이 최고인 가전제품 대리점 직원 박재호(강경준). <섹스 앤 더 시티>는 바로 내 얘기, 브런치를 즐기는 쿨한 시각디자이너 현지우(서유정). 감성·취향 모두 다른 남녀가 우연한 계기로 동거에 들어간다.
달콤 살벌한 19금 로맨틱 코미디. 케이블 채널 OCN이 기획한 ‘장감독 vs 김감독’ 프로젝트의 한 편이다. ‘장감독’은 당연히 장항준 감독이고, ‘김감독’은 <최강로맨스>의 김정우 감독이다. 각자 두 편의 영화를 들고 나왔는데, 장 감독의 또 다른 영화는 엽기발랄한 성인용품 판매기 <음란한 사회>이다.
■ 기억의 밤 (Forgotten·2017)
8년 만에 영화감독 본업으로 돌아온 작품. 이번에는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 장르를 들고 나왔다.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 스릴러 영화는 시나리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물 관계도 그렇고 사건 전개도 촘촘히 얽히고설켜야 한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쓰고 찍었다. 영화 초반부터 분위기가 스산하다. 새집으로 이사 온 날부터 어딘가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동생 진석(강하늘)은 이런 형을 의심한다. 기억의 혼동. 곧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