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질소가스 사형 집행’ 논란 불러온 이유

사형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부터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국가가 개인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가 있느냐, 사형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느냐, 피해자 혹은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느냐 등등.

전 세계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사형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경우 주마다 다르다.

독극물에서 질소가스로

사형이 집행된 케네스 유진 스미스 (앨라배마 교정국)
사형이 집행된 케네스 유진 스미스 (앨라배마 교정국)

사형 방식도 마찬가지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교수형에 처하고 어떤 곳은 약물을 주입한다. 같은 곳이라도 시기에 따라 그 방식이 바뀌기도 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이 집행돼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은 독극물을 주입해 사형이 집행됐었다.

BBC(www.bbc.com)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는 살인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케네스 유진 스미스(Kenneth Eugene Smith)를 질소가스로 처형했다.

1000달러 받고 청부 살해

스미스는 1988년 3월 목사인 찰스 세넷의 청탁을 받고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세넷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살인청부업자 존 포레스트 파커는 2010년 처형됐다.

엘리자베스 세넷은 벽난로 도구로 구타당하고 칼로 가슴과 목이 찔려 숨졌다. 범죄자들은 마치 강도 살인처럼 보이도록 현장을 연출했다.

이들이 찰스 세넷에게서 받은 돈은 1000달러(약 13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에 허덕인 찰스 세넷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살해 계획을 세웠다. 그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통스런 죽음 강요할 수 있나

1988년 살해 된 엘리자베스 세넷 (BBC)
1988년 살해 된 엘리자베스 세넷 (BBC)

이번 사형이 논란을 불러온 이유는 ‘가스’를 사용해 집행됐다는 점 때문이다. 사형정보센터(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스미스는 전 세계에서 순수 질소가스를 사용해 사형에 처해 진 최초의 인물이다.

그런데 가스 흡입을 통한 죽음의 경우 집단적인 트라우마가 있다. 바로 생체 실험을 떠올릴 수 있어서다. 나치 독일이 수용소에서 저지른 만행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무리 사형수라 하더라도 고통스러운 죽음을 강요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단체와 유엔 인권기구에서 이번 사형 집행을 강하게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분 안에 사망” vs “사망까지 25분 걸려”

앨라배마주는 사행 집행 전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스미스가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통스러운 죽음이 아니라는 취지다.

스티브 마셜 법무장관은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사형 집행 방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질소가스를 주입해 스미스가 사망하기까지 25분이 걸렸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 53분에 시작해 8시 25분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사형 집행을 목격한 한 언론인은 “이전에 네 번의 사형 집행을 봤지만 스미스처럼 몸부림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계속해서 숨을 헐떡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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