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나온 영화 너무 무서워…서영희 주연 공포·스릴러 BEST 5
여기 미모의 여배우가 있다. 전형적인 미인상에 조곤조곤한 목소리도 예쁘다.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씨 좋은 요조숙녀 이미지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만나기가 망설여진다.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배우가 나온 영화, 정말 무섭다.
서영희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흔히 떠올리는 여배우상과는 거리가 멀다. 칸 영화제에 세 번이나 초청 받은 스타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이다. 유독 공포·스릴러물이 많다. 뛰어난 연기력을 무기로 관객을 위협하는 배우다.
■ 스승의 은혜 (To Sir, With Love·2006)
주인공을 처음 맡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서영희는 정년 퇴직 후 늙고 병든 몸으로 시골에 혼자 사는 박여옥 선생(오미희)을 돌보는 제자 남미자 역을 맡았다. 미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해 16년 전 동창들을 불러 모은다.
박 선생에게 당했던 상처로 인해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는 제자들. ‘스승의 은혜’는 허울 좋은 말일 뿐 저마다 증오심에 불타 복수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의문의 살인마에게 잔인하게 죽어간다. 두 얼굴을 지닌 서영희의 연기가 섬뜩하다.
■ 추격자 (The Chaser·2007)
나홍진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이자 대표작.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긴박한 추격신은 한국 영화계 전설이 됐다. 서영희는 출장안마소에서 일하는 김미진 역을 맡았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 인물이다.
서영희는 살인마이거나 살인마에게 죽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이 영화에서도 죽고 저 영화에서도 죽다보니 ‘죽음 전문 배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추격자>에서도 연쇄살인마 지영민(하정우)으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났다가 다시 붙잡혀 죽는다.
■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Bedevilled·2010)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 여자의 잔혹한 복수를 다룬 강렬한 스릴러로 배우 서영희의 진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배경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무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영희가 연기한 주인공 복남은 남편에게 매 맞고, 노예처럼 일하고, 성적 학대까지 받는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른 채한다. 휴가차 내려온 어릴 적 친구도 도와달라는 복남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한다. 이제 낫자루를 집어든 복남의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름이 쫙 돋는다.
■ 여곡성 (The Wrath·2018)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 서영희는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 역을 맡았다. 신씨 부인은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에게 집안에 있는 동안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이야기하고, 옥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여자가 한을 품어 크게 우는 소리 ‘여곡성’(女哭聲).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공포·스릴러 영화를 주로 연출한 유영선 감독 작품이다. 서영희는 이후 유 감독의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에 출연해 또 한 번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 뒤틀린 집 (Contorted·2021)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에서 펼쳐지는 생활 밀착형 공포물. 하우스 호러의 신흥 바이블로 불리는 <컨저링>(The Conjuring·2013)이 엑소시즘과 가족애를 바탕으로 가장 미국적인 악령의 집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전통적인 풍수지리 괴담과 한국 현대 가족상을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흉가를 그려냈다.
외딴집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 영화에서 서영희는 신경쇠약에 걸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아내 명혜 역을 맡았다. 육아라는 현실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뒤틀린 집에 깃든 의문의 존재에게 현혹되는 과정을 ‘호러퀸’답게 잘 연기했다. 가수 겸 작곡가 윤상이 음악감독으로 영화에 첫 도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