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그리울 때 보고 싶은 두 편의 영화

영원한 가객 김광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8년이 됐다. 1964년 1월 22일 태어난 김광석은 1996년 1월 6일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매년 새해가 되면 1월에 태어나 1월에 유명을 달리한 그를 떠올리게 된다.

김광석이 누군지 구구절절한 설명이 무엇 필요할까. 그의 노래를 들어 본 사람은 안다. 김광석을 왜 그토록 그리워하는지. 그리고 그의 노래를 불러 본 사람은 안다. 김광석이 얼마나 우리 삶 가까이 있었는지.

김광석이 그리울 때면 두 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클래식>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대 초반 두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서로 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남북 분단이 우리에게 남긴 아픔을 극적으로 보여준 <공동경비구역 JSA>, 첫 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인연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담은 <클래식>.

두 영화가 선사한 감동의 한켠에 김광석의 노래가 있다. 형·동생으로 부르며 살가운 사이가 되지만 총부리를 겨눈 남과 북의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그래서 더 구슬프다. 첫 사랑에 어찌 아픔이 없으랴. <클래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가슴 먹먹한 이유다.

■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 2000) – ‘부치지 않은 편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마니아 팬층이 두텁던 박찬욱 감독이 대중 앞으로 직진한 영화다. 평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를 서울이 아닌 의정부 한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일 때문에 갔다가 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이후 여러 차례 더 보기는 했다.

이전에 봤던 박 감독의 <달은 해가 꾸는 꿈>(1992) <3인조>(1997)와 굳이 비교한다면 ‘상당히 공들여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혁 병장 역을 맡은 이병헌이나 북한군 오경필 중사 역을 맡은 송강호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남성식 일병 역의 김태우나 북한군 정우진 전사 역의 신하균도 그에 못지않은 열연을 선보인다.

여기에 김광석의 노래가 감동을 배가시킨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지 4년 된 김광석을 호출한다.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 세상을 떠난 김광석을 위해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는 “광석이는 왜 그리 일찍 죽었대니”라며 아쉬워한다.

영화에는 김광석의 노래 두 곡이 담겼는데 자주 듣던 ‘이등병의 편지’도 좋지만 이보다 ‘부치지 않은 편지’가 압권이다. 영화 후반부 남북 군인들의 우정이 비극을 맞는 총격전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분단의 현실이 살을 파고들게 만든다.

‘부치지 않은 편지’는 김광석 사후 제작된 추모앨범 <가객>에 수록된 곡이다. 김광석은 이 노래를 녹음한 다음날 숨졌다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5집 타이틀곡이 됐을 노래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백창우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정호승 시인은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를 생각하며 이 시를 썼다. 시인이기도 한 백창우 작곡가는 민중가요를 많이 만들었다.

■ 클래식 (The Classic, 2002)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영화 클래식
영화 클래식

‘로맨스 장인’ 곽재용 감독이 만든 또 한 편의 걸작이다. 곽 감독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1990)를 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2)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등을 만들어 로맨스 영화의 대가로 불린다.

특히 <클래식>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채널의 단골손님이다. 주희와 딸 지혜, 1인 2역을 한 손예진의 청순한 이미지가 한몫 했다. 또 준하 역을 맡은 조승우와 상민 역으로 나온 조인성이 여성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영화 속 흘러나오는 노래가 큰 역할을 했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대표적이다.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 느껴질 때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엇갈린 사랑의 아픔에 눈물 흘릴 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특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주희(손예진)가 입영 열차에 탄 준하(조승우)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 흘릴 때, 목걸이를 전해준 후 “꼭 살아 돌아와야 돼”라고 울부짖을 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이 노래는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안겨준다.

실명한 준하가 커피숍에서 만난 주희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준하의 상태를 알게 된 주희가 손가락을 준하 눈앞에 대보며 흐느낄 때, “나 지금 어때 보여”라고 묻자 “건강해 보여. 근데 더 밝은 모습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준하를 보며 눈물 흘릴 때 역설적으로 ‘너무 아픈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4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시인 류근이 젊은 시절 작시한 노랫말에 김광석이 곡을 입혀 탄생했다. 류근 시인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지만 18년 동안 공식적으로 작품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 기간 기업에서 근무하다 벤처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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