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룡이 주연을 맡은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 <졸업여행>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1985년 25세 청년의 노래 ‘바람 바람 바람’이 태풍을 몰고 왔다. 가요계 양대산맥 조용필·전영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가수 김범룡의 1집은 ‘바람 바람 바람’뿐 아니라 ‘겨울비는 내리고’ ‘그 순간’ ‘모두 잊어요’ ‘별빛 속의 님’ 등 수록곡 대부분이 히트를 쳤다.

놀라운 건 이 곡들을 김범룡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점이다(개인적으로 ‘밤의 플랫트 홈’을 좋아하는데 이 곡만 변형표 작사·작곡이다).

이듬해인 1986년에 나온 2집도 타이틀곡 ‘님 떠나가네’를 비롯해 ‘그대는 미운사람’ ‘이젠 말할 수 있네’ 등 모든 곡을 김범룡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1987년 3집에서는 ‘현아’ ‘카페의 여인’이 히트를 쳤다.

이처럼 1980년대 중후반 가요계는 한마디로 ‘김범룡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범룡이 주연을 맡은 영화 졸업여행(1985)
졸업여행(1985)

그런데 1985년 혜성처럼 등장한 김범룡이 같은 해 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적 있다. 상대역 여배우가 1984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당시 영화계 최고의 스타 이미숙이었다.

영화 제목은 <졸업여행>으로 줄거리는 단순하다.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이다. 네이버 영화에 따르면 이런 내용이다.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얻고 귀국한 인호(김범룡)는 애인 미선(이미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을 일주일 앞둔 예비 신부. 인호는 정체불명의 방랑자 꺽다리(김성찬)와 함께 미숙을 납치해 도망 다니면서 다시 사랑을 불태운다.

김수철과 이미숙, 그리고 안성기가 나온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과 인물 구도 및 스토리 전개가 비슷해 보인다. <고래사냥은> 한 해 앞서 1984년에 개봉했다.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화 <졸업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건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하는 김범룡의 애절한 노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범룡은 이 영화 이후 음악에만 전념했고 가수이자 작곡가로 승승장구했다. <졸업여행>이 그가 주연을 맡은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이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